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简介:
앨범 소개
H1-KEY 3rd Mini Album [LOVE or HATE]
슬픔과 성장, 그 파란 열망의 붉고 찬란한 폭발
하이키(H1-Key)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그 대척점에 있는 로키(low-key)란 단어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키는 ‘(많은 이목을 끌지 않도록) 억제된[절제하는]’이란 뜻의 형용사.
하이키와 로키는 사진예술부터 외교국방까지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수사(修辭)다. 군사 훈련을 로키로 한다는 것은 너무 티 내지 않고 조용히 진행한다는 것. 반대로 하이키로 행하면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상대국을 향해 무력시위를 벌인다는 의미다. 사진에선 어떠한가. 로키 조명, 로키 사진은 배경 조명을 극도로 낮춰 어둠 속에 드러나는 사물의 실루엣을 강조한다. 하이키 조명, 하이키 사진은 빛을 최대한 쏘여 윤곽을 날려버리고 적나라하고 밝게 대상을 드러낸다.
우리 앞에 선 그룹 하이키는 짐작하시듯 로키가 아니라 하이키를 지향한다. 은근히 드러내기, 감출 건 감추기를 통해 어떻게든 쿨하고 힙해 보이려는 요즘의 세태에 반한다. 하이키의 태도는 유려한 능선이든 어두운 골짜기이든 주저 않고 화사한 산란광 속에 다 털어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에 가깝다.
잘나게 태어나서, 모난 데 하나 없어서가 아니다. 아프고 어설퍼도, 상처도 떡잎도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것이다. 하이키의 음악에 혼재된 슬픔, 꿈, 성장욕, 좌절, 빛과 그늘은 그래서 더 에이고 아리고 아련하고 아름답다.
2022년 1월 데뷔곡 ‘ATHLETIC GIRL’에서부터 천명했다. ‘만들어가 날/헛된 노력이/아냐’ ‘크롭티 사이로/땀방울 흘려내려올 때’ 라고 노래하는 하이키는 늘 후천적 노력의 힘, 일궈가는 미(美)의 가치를 알았다. 언제부터였나. 데뷔하자마자 ‘난 독보적인 최고’라며 천부적 철인 서사를 쓰는 그룹이 케이팝계에 많아진 것이. 연습생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 때문일지도 모른다. 데뷔 때부터 이미 외적 조건으로 극찬을 받으며 막대한 팬덤을 등에 업고 시작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졌다.
하이키는 반대다. 데뷔 싱글 ‘ATHLETIC GIRL’부터 가꾸고 만들어 가는 성장판 오픈의 서사, 근력 향상의 노력형 세계관을 내세운 셈이다.
이어서 발표한 맥시 싱글 타이틀곡 ‘RUN’을 보자. 하이키의 스포티 감성은 젊은 층에서 부는 자기관리ㆍ갓생 열풍과 맞닿으며 공감을 일궈내기에 성공했다. 5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자체 공식 플레이리스트 ‘WOR K OUT’의 커버로 ‘건강돌’ 하이키를 선정한 것은 의미심장했다.
하이키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성장판이 열리는 아픔, 성장통에 대해 노래함으로써 비로소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고야 만다. 바로 2023년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이야기다. 이 노랜 ‘건물 사이에 피어난’ 하는 첫 소절부터 눈물겹다. 반음계 상향 진행이 마치 힘겹게 고개 드는 꽃봉오리를 청각적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왜 건물 위도, 아래도 아닌 사이일까. 마침 그 무렵 거대 엔터 기업들의 격돌 틈바구니에서 차트 역주행을 달성한 것이 오묘했다. ‘중소돌’의 분투와 승리가 그 자체로도 눈물겨운 서사, 이른바 중소의 기적을 완성했다. 이 곡은 지니뮤직과 멜론의 2023년 연간 스트리밍 차트에서 각각 17위, 40위를 기록하며 역주행 신화를 썼다.
‘내가 원해서 여기서 나왔냐고/원망해 봐도 안 달라져 하나도’라는 현실 인식을 ‘고갤 들고 버틸게 끝까지/모두가 내 향길 맡고 취해 웃을 때까지’의 초월 의지로 승화시킨 하이키. 그들의 다음 이야기는 그해 두 번째 미니앨범 ‘Seoul Dreaming’에 그대로 이어졌다. 천만 명의 꿈이 일어서고 스러지는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절대 잠들지 않는 이 서울’은 흔들어서 꿈을 깨우고 때로 희망을 잠재우려 하지만 ‘빛나줘서 고맙다 기억’될 미래란 등불을 치켜 올리던 ‘불빛을 꺼뜨리지 마’를 기억하는지. 음악적으로는 흡사 1980년대 중반 슈퍼 밴드 밴 헤일런의 질주와 같았다. 신스-팝의 명도, 하드록의 청량감과 아드레날린 드라이브를 겸비한 하이키의 또 다른 명작이었다.
올해 하이키는 ‘H1-KEYnote’ 프로젝트를 시작해 신곡 ‘Thinkin' About You’와 ‘기뻐(Deeper)’를 선보이며 음악적으로 믿고 듣는 4세대 아이돌 대표 주자임을 다시 한번 방증했다.
여기, 하이키가 2024년 여름을 맞아 또 다른 성장 서사의 펀치 라인 파티를 연다. 첫 곡은 ‘뜨거워지자 (Let It Burn)’.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SEOUL (Such a Beautiful City)’를 완성한 홍지상 작가가 작사, 작곡했다. 재생하자마자 서두에 이야기한 하이키와 로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이키의 선택은 물론 늘 하이키다. 미지근한 모든 것, 끝나가는 관계, 어설픈 배려와 한숨. 그 모든 게 재가 된다 해도, 모든 게 나쁜 기억이 될지라도, 빌어먹을, ‘걍 확 뜨거워지자’는 슬픈 선동은 얼터너티브 록 성향의 악곡과 시너지를 낸다. 후렴구가 터지는 순간 마주하는, 만질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예열된 대형 스포트라이트가 폭발해 버리는 듯한 환상. 예스러운 신시사이저, 오르간 사운드. 그리고 분출하는 록 기타의 뮤트와 코드 워크가 완급을 조절하며 호쾌하게 악곡의 고속도로를 포장한다.
‘Love or Hate 죄다 태워버리자/뭐가 됐든 걍 확 뜨거워지자/마음이 다 타서 재가 돼버린대도/미지근할 바엔 그게 나아’ (‘뜨거워지자’)
전설적 싱어송라이터 닐 영의 명곡 ‘Hey Hey, My My (Into the Black)’의 저 유명한 구절, ‘It's better to burn out than to fade away’를 연상시키는 이 ‘뜨거워지자’의 후렴구 펀치 라인은 하이키가 사랑, 미움, 진실, 거짓 따위를 로키로 숨기지 않고 하이키 조명으로 모두 비추고 태워버리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듯하다. 진정한 성장은 그늘 속에 물러서거나 감추지 않을 때, 한여름 오후 2시의 태양 아래 모든 걸 드러낼 때 가능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앨범의 또 다른 미덕은 스펙트럼, 다양성이다. 2번 곡 ‘♥ Letter’에는 피프티피프티의 ‘Cupid’를 함께 작곡한 Louise Udin, 그리고 화사의 ‘I'm a 빛’을 만든 Gustav Landell이 참여했다. 한밤의 서울 강변 드라이브에 스치는 네온의 행렬처럼, 녹진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활기찬 브레이크비트와 만나 달린다. 서이, 리이나, 옐, 휘서가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멤버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편지의 형식으로 써내려 갔다. 전작 ‘Seoul’에서 잠들지 않는 거대 도시에 의해 가로막혔던 꿈의 세계를 향해, 하이키는 멈춤 없이 돌진한다.(‘꿈꾸고 있어 아직 난/눈 떠도 멈추지 않아’) 새로운 불패의 주문이 등장하는 곡이기도 하다. ‘우리의 시작은/늘처럼 오늘’
그런가 하면 3번 곡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만의 이야기 (Iconic)’의 작곡, 편곡은 카라와 인피니트의 명곡들로 유명한 스윗튠의 한재호, 김승수가 맡아 색채를 더했다. 돌아보면, 하이키의 긍정적 미래관은 그 끝없는 긍정성 때문에 더욱 슬픔의 색깔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 곡도 딱 그러하다.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만의 얘길 써나가/시간은 내 편이 될 거야’ 같은 무한에 가까운 자기 긍정은 ‘희미한 소린 멋진 노래가 되어/닫힌 세상도 두렵지 않아/잘하고 있잖아/나 잘할 수 있잖아’ 같은 절절한 방백을 만나 이율배반적 입체성을 띤다. 편곡적으로도 이채로운데, 단단한 힙합 비트가 실키하고 몽롱한 R&B 팝의 숨결, 뜻밖의 조합인 기타와 첼로 선율까지 만나 의외의 ‘꿀 조합’을 이룬다.
마지막 곡 ‘국지성 호우 (Rainfalls)’는 이번 앨범의 또 다른 색깔, 네 번째 색채인 시티팝의 결을 품었다. 펑키한 기타와 베이스 라인, 그리고 보컬 멜로디에 쓰인 블루 노트(blue note)는 기존 하이키의 다양한 음악 색채 속에서도 돋을새김처럼 새롭다. 하이키 네 멤버의 보컬 능력과 곡 해석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음 역시 짐작할 수 있는 곡. 노랫말에서는 종전 곡들에서 제시된 빛, 불, 꿈의 온도 같은 키워드에 이어 완전히 새로운 심상으로 ‘비’가 제시된다. 첫 곡 ‘뜨거워지자 (Let It Burn)’에 등장한 얼음 녹은 아이스티, 리듬 없는 댄스뮤직, 엇박자의 춤처럼 닥쳐온, 일기예보와 다르게 쏟아지는 호우는 ‘국지성 호우’이기에 견뎌낼 수 있다. 맑게 빛나는 ‘저쪽 하늘’의 존재를 알기에 그렇다. 그래서 물음표는 시련의 마침표로, 미래에 대한 느낌표로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이키의 청춘 공식이다. 회색 빌딩 사이에서 태어난 네 청춘은 푸른 청춘을 태워 빨갛게 달아올라 마침내 하얗게 분출한다. 공허와 나약의 골짜기마저 스포트라이트 앞에 남김없이 노출하고 태워버리는 하이키의 여름이 너와 나의 앞에 펼쳐진다. 건물 사이에서 피어난 우리의 청춘은 엉큼한 로키가 아니다. 늘 당당한 하이키다. 저 파란 하늘이 우릴 향해 열려 있으니까. 성장판도 아직, 열려 있으니까.
- 임희윤 (음악 평론가)
曲目:
1. Let It Burn
2. ? Letter
3. Iconic
4. Rainfalls
artwork
试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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